※ 교회건설 6호에 실린 농활(농촌선교활동)에 대한 운동보고서 입니다.
하승욱 (경남대SFC)
1.들어가는 말
정복하지 아니하면 정복당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요 영적인 질서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의 체질은 오라, 그리고 더불어 그리스도의 삶을 나누면서 살자 라는 소극적인 자세에 익숙해져 있다. 91 전국SFC 대학생 CAMP의 변 재창 선교사님의 메세지에서 선포되었던 것처럼, 가라 라는 총 사령관 되신 예수님의 명령은 하나님의 주권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포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이제 두 살을 먹은 우리의 농촌선교가, 앞으로 계속해서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하면서 지속되었으면 한다.
첫째:우리가 가야 할 땅을 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화려한 네온의 불빛과 부(富)의 본산지로 인식되어진 대도시의 빌딩숲에 가려진 땅, 더 이상 삶의 소망을 주지 못하는 땅이며 또한, 미래의 희망을 상실한 땅이므로 젊은이로부터 버림받은 황폐한 농촌을 향해 가야 할 것이다. 또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로 힘쓰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 하려 함이라(롬15:20) 라고 고백한 바울의 철학처럼 한번도 복음을 듣지 못한 무지한 백성들을 향해 죽음의 땅을 개간하는 개척자의 심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풍요속에서 정신적 기갈과 영적인 기형아가 즐비한 이 시대에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요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함이 기갈이다 (암8:11) 라는 말씀처럼 생명의 젖줄을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자들을 향해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한 생수의 물줄기를 터주는 작업들을 계속해야만 한다.
나는 특히, 영적인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오사마을에 그리스도의 생명을 이식하는 작업에 부름을 받은 10여명의 작은 예수 군단에 소속되어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오사마을의 어린 영혼들을 섬길 수 있었다.
2.몸 말
1) 오사마을에 대하여
사천군 곤양면에 위치한 마을로서 80가구에 308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며 인접한 곳에 추동마을과 상정마을 등이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오사마을 근처에 곤양교회가 있어서 복음을 접한 학생이 몇몇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이곳은 특히, 정기적으로 경성대학교와 기타 여러 대학에서 농활을 오는 곳이며 그 흔적은 오사마을과 추동마을에서 대형 야외 농촌 봉사활동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면에서 처음에는 경계하였지만 이전의 농활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소 호의적인 태도로 변했다.
이 마을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전체 학생들 분위기가 인접한 부대의 영향을 받았는지 호전적인 성향이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옆 친구와 싸움을 벌리고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코피까지 흘리면서 싸움에 전념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내하면서 섬긴 10여명의 운동원들은 한결같이 목이 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2) 농촌선교 현장에서
오사마을에 도착 즉시, 이 양우 집사님의 식당 예정지로 준비된 건물에 여장을 풀었다. 아직 전기 배선도 되지 않았고 장판도 깔려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도착 예배를 드리고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여 이장님을 찾아뵙고 곧 바로 축호 전도에 나섰다.
첫 날 오후에 참으로 놀랍게 우리보다 앞서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눈으로 똑똑히 주목할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하신 어린 영혼 28명과 함께 시멘트 바닥에서 감격적인 첫 예배를 드렸다. 비록 오합지졸처럼 준비되어지지 못한 상태였지만 겁없이(무식한 자는 용감하다는 말처럼) 단지, 뜨거운 그리스도의 심장과 떨리는 마음으로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하고자 하는 자들을 통해 어떤 놀라운 계획과 사건들을 보여 주실지 사뭇 기대를 갖고 시작할 수 있었다. 주님께서 거의 매일 새벽마다 쏟아지던 빗줄기도 예배 시작 하기 전에 항상 그치게 하셨고, 정오의 뜨거운 태양빛도 구름에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셔서 서늘한 가운데 준비된 프로그램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곳 주민들도 상당한 호의를 보여주었는데 특히, 할머니 한 분이 자기 손자를 잘 데리고 논다고 마늘을 갖다 주셨고, 동네 이장님께서는 고추, 감자와 함께 우리에게 격려로 이런 종류의 봉사 활동은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말씀하면서 특히, 재롱잔치에 관한 얘기를 들으시고는 다음 기회에 돼지라도 잡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농담인지는 모르지만).
전체 프로그램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첫 날에는 천지창조 라는 메시지를 통해 온 우주의 창조와 그 만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주지시켰고 계속해서 인간의 타락과 구원에 이르는 비결 을 전하였으며, 부활하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는지를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부분인 창조-타락-구원을 중심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심어 주었다.
이런 노력은 마지막 날 글짓기 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어린이의 글 중 하나님, 이전에 하나님을 몰랐을 때에는 하나님께 욕도 하고 못된 짓도 많이 하였는데 선생님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착한 어린이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라는 내용을 읽고는 이곳을 방문한것이 우리에게는 무한한 기쁨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특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농촌 이해에 대한 우리들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둘째 날 오후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 종가를 방문하여 '피뽑기' 노력 동원을 나갔을 때였다. 피 뽑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거의 대부분의 운동원이 피가 무엇인지를 몰랐고 특히 정임 자매는 난생 처음으로 논에서 피를 뽑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피를 뽑다가 울희 자매 왈 "아줌마 이것이 피지요?" 피를 뽑았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물었는데 애석하게도 벼를 뽑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나님께 감사한 것은 우리들에게 어린 영혼뿐만 아니라 중고등부 학생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 중고등부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첫 날 저녁에 자연스럽게 함께 찬양과 게임을 통해 친숙한 관계를 마련할 수 있었고 그들을 계속해서 식사에 초대함으로써 상당히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하였으며, 둘째 날 저녁에 정임자매의 리더로 과거의 나 장래의 나 등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중학생 7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날 밤 놀라운 일은 그들이 직접 자기들의 집으로 초대하였고 그 기회를 통해 야간 특공대조로 편성된 영화 자매, 정임 자매, 승욱 형제가 복음을 직접 전하고 결신시키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오사마을의 절정은 재롱잔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눈 먼 바디매오 라는 제목으로 인형극과 유치부의 율동과 수진형제가 짧게 동네 어른들에게 복음을 제시했고 소년부 학생들이 꾸민 십자가에서 고난 당하신 예수님 이란 제목으로 단막극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신선한 영적 도전의 장으로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을 확신한다.
3) 반성 및 전망
오사마을을 섬긴 대부분의 운동원들은 어린 영혼에 대한 사랑의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았다. 그 예로 오전 오후 두 차례씩 매일 가정을 방문하는것이 통상 관례로 정착되었고, 은화·율희 자매, 수진 형제 등이 출연한 '바디매오' 라는 인형극을 통해 이웃마을인 송림, 은사마을의 어린 학생들을 사로잡는 재주꾼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원활한 진행속에서 몇 가지 헛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첫째는 너무 주일학생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주민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주민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여건들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며, 둘째로 '91 대회 준비위원들의 이동과 하루종일 인형극 상연을 위해 타 마을로 파송되는 관계로 하루동안 공백이 생기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농촌봉사팀과 성경학교팀을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이동하면서 전도할 수 있는 전도팀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농촌선교를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위해 학신협내에 연구기관을 두었으면 한다. 넷째, 한 마을에 몇 년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섬겼으면 한다. 그런 동기에서 오사마을을 방문한 우리들이 올 가을에 재투입되기 위한 준비모임이 광주에서 있을 예정이다.
3.맺 음 말
강령에서 나타난 우리의 사명이 대한교회건설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소유한 개혁신앙인으로서 복음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영적 기갈의 심각한 위치에 직면한 농촌의 영혼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절실히 느낀다.
태풍처럼 강타한 우루과이라운드에 아무런 대책없이 무너져 내리는 농촌의 경제적 위기 속에서 날로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농촌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이해하며 섬길 수 있는 농촌전담사역자가 배출되어야 한다.
둘째: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상호 협력체계를 확립하여 농산물 유통과정에 교회가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것이 좋겠다.
셋째: 가장 절실한 것은 농촌복음화의 가속화이다.
우리가 방문한 오사마을의 경우도 인접한 곤양교회가 직접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웃마을을 돌아보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끝으로, 오사마을의 영혼을 위해 동역한 촌장 영구 형제, 주방장 헌이 형제, 기타와 책 없으면 못 사는 춘식 형제, 작곡과 아저씨 수진 형제, 정임이, 영화 아줌마, 입술에 혹을 붙이고 다니던 율희 자매, 다정한 웃음으로 어린 학생들을 사로잡던 은화 자매, 불도저처럼 열심으로 섬기던 정인·해규 형제, 막내둥이 혜선 자매 등의 수고와 희생의 노력들이 죽음의 골짜기에 매여있던 영혼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작은 불꽃이었음을 확신하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면서도 우리가 덜 관심을 갖는 부분(흙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심성을 가진 농군들)부터 사랑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