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사람의 고백
김영환 간사(SFC 총무간사)
온 나라가 민주화의 열기로 뜨겁기 직전인 80년대 초, 이제 막 대학 초년생이 된 내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시대와 사회의 문제는 피할 수도, 쉽게 끌어안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와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활동하던 기독 동아리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 '용기란 무엇인가?'라는 나의 질문에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용기란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돌진하는 것도, 어떤 것도 겁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참도니 용기는 실패할 확률이 100%에 가깝고, 내가 감당하기에 겁나고 무섭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정당하고 정의로운 일이라면 기꺼이 헌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뜨거운 감자와 같았던 시대와 사회의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기독인으로서 마주 대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나 자신이 용기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참된 믿음을 가진 자라면 참된 용기를 가지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2011년 대학생대회 주제를 "기꺼이 신실하게 (PROMPTE ET SINCERE)" 로 잡으면서 우리는 470년 전 다시 제네바로 돌아가는 칼빈의 용기를 다시 한번 떠올려야 한다. 파렐의 요청으로 시작된 칼빈의 제네바 개혁은 그의 열정만큼 시의회와 여러가지 갈등을 빚었다. 칼빈은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을 원했으나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던 시의회는 결국 칼빈과 그의 동료 파렐을 제네바에서 추방했다. 이후 그는 스트라스부르에 머물면서 저술과 목회에 전념했다. 하지만 칼빈이 떠난 후 제네바는 혼란에 빠졌고, 시의회는 자신들의 힘으로 혼란을 수습할 수 없음을 알고 칼빈에게 다시 제네바로 와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에게 제네바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이전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케 할뿐 아니라 교회 개혁의 전면에 서서 투쟁해야 함을 의미했다. 육체적으로 약한 칼빈은 자신이 개혁 사역에 합당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몇 차례 사양했으나 시의회의 끈질긴 요청으로 결국 수락했다. 그리고 자신의 동역자이자 제네바 개혁의 선구자였던파렐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보냈다.
"나의 진행되어온 과정에 대해서 이것이 현재 저의 심정입니다. 만일 나에게 선택 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 문제에 있어서 당신의 충고를 따르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내가 동의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때, 하나님에게 바쳐진 희생 제물처럼, 나는 나의 심장을 하나님께 드리나이다.
.... 저 자신을 위한 모든 고려사항들은 제쳐두고, 그들이 바라는 바,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는 것 외에 다른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내가 일해야만 할 것은 바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 나는 하나님게 순종하기 위해서 나의 뜻과 나의 애틋한 감정들을 바치오며, 복종시킬 것이며, 흔들리지 않으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뜻을 버려야만 할 때에는 언제든지, 주님께서 친히 나에게 말씀하실 것을 소망하면서, 나 자신을 복종시키고자 합니다."
[1541년 8월 칼빈이 스트라스부르에서 제네바로 돌아가기 위해서 준비하면서 파렐에게 보낸 편지, Calvin's Selected Works, vol.4:280-1.]
오직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유익'을 위하여 기꺼이 실패했던 개혁의 도시 제네바로 돌아가는 칼빈의 심정이 바로 이번 대학생대회의 주제다.
"기꺼이 신실하게 (PROMPTE ET SINCERE)" 는 오늘 이 땅을 개혁할 하나님 나라 일꾼으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 앞에 모든 SFC 운동원들이 함께 외쳐야 할 진정한 신앙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