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에 학원연합 SFC에서 발행한 소책자 "손에 손-잡고" 에 실린 글입니다.
송하영 (경동U 한동대 SFC 15학번)
나는 고신 교회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고등부에서도 강령을 외치며 학신가를 불렀고, 매년 중고생대회에도 갔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도 언니 오빠들이 그러했기 때문에 SFC라는 곳이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학원 SFC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SFC를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에 가면 꼭 축구부 매니저를 할 것이라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공부가 아니면 뭐라도 재미있을 시절, 잠시 축구에 빠져 해외축구를 보기도 했고, 운동 잘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남탕 속에서 마냥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면접도 보고 했으나 좌절되고 말았다. 이런 운동부 같은 경우, 여러 친선 경기들이 주말, 특히 주일에 있기 때문에 잘 정착하고 있는 교회에 드문드문 나가야만 하는 것이 내 발목을 잡았다.
나는 결국 도서관에 붙어있는 SFC 포스터를 보고 당시의 위원장 오빠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축구부 매니저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은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로망이 깨졌다고 할 순 없다. 비록 남탕은 아니지만 수많은 선배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만큼은 확실하기 때문!
개강 첫 큰모임
뚜벅뚜벅 큰모임이 있는 강의실로 걸어갔다. 포스터에는 큰모임 시간이 저녁 7시부터 10시라고 쓰여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도 안 가는 것. 언니 오빠들은 두두 다다 열심히 말씀을 받아 적고 있는데, 나는 대체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길도 없었다. 어디 가서도 졸지 않고 말씀을 나름 잘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졸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그저 다른 생각을 하며 잠을 쫓을 뿐이었다.
말씀 듣는 것이 벅차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말씀을 준비해 오신 간사님과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 선배들에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면, 귀가 열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위로해주었다. 간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다~ 받아 적으면 된다길래, 정말 그렇게 해보았다.
열심히 적다가도 꾸벅꾸벅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시간이 점차 지나자 말씀이 어느 정도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 것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사님의 말씀은 용기를 주고 다 잘 될 것이라는 것보다는 나의 죄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냈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셨다. 정말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또는 지쳐 외면하고 있는 것들을 꼬집어주셨다. 나는 그럴 때마다 회개할 수 있었고, 또 간사님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으셨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간사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말슴에 대해서 아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생겼다. 정말로 기뻤다. 말씀이 짧은 날엔 아쉬웠고, 설교가 끝나면 다음 주 말씀이 기다려졌다. 말씀 한 절, 한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배웠고, 신약의 말씀이 구약의 언약의 성취임도 알게 되었다.
위원을 하게 되다!
정말 감사하게도, 부족한 내가 2학기 위원, 회계가 되었다. 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심지어 슬리퍼를 신고 정기대회 자리에 갔다. 그런데 세상에 마상에, 알돌 언니가 날 추천했고, 세상에 마상에, 그 자리에 뽑히게 되었다. 진짜 얼떨떨하기도 하고, 돈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컸다. 이제 한 학기 있었을 뿐인데, 오래 SFC를 한 언니오빠들과 함께 하면서 일 잘 못한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었다. 그렇게 나름의 열심을 다하며 또 위원들과 교제하며 배우는 점도 많았고, 내게 SFC가 더욱 특별한 곳,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하나님의 기도 응답
한동대학교에서는 '새내기'라는 귀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입학생들이 각 기숙사(RC)에 배정되고, 그 안에 담당 교수 밑으로 각 학년마다 열 명쯤 한 팀을 이루게 되는데, 그때 1학년들을 새내기라고 부르며 평생 간다는 공동체가 된다. 일반 대학의 과 동기 정도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새내기 친구들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직 신앙이 바로 서지 않았는지 노는 문화가 완전히 타 대학의 것처럼 흘러가버렸다. 학기 초 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면서 너무도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며 괴리감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그들과 나도 뭐 다를 것 없다는 사실에 낙심할 뿐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나는 정말 외로운 생활을 했다. 새내기 친구들이 좋기야 한데, 그런 좋지 않은 모습들로 인해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가 않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소속감을 찾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정말로 의지할 곳이 없어, 주님께 눈물로 많이 아뢰었다. 정말 간절하게 좋은 믿음의 동역자들과 특히 동기들을 달라고 많이 기도했었는데, 나의 필요를 아시는 주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시고 너무나 좋은 공동체 속에서 귀한 만남을 허락해 주셨다.
그 안에서 나는 충분한 교제를 누릴 수 있었고, 말씀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 배운 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내 이름을 기억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며, 나의 고민을 잘 들어주었고 기도해 주었던 믿음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같은 것을 바라보며 배운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했고, 더 나아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