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간사저널 2000년 가을호에 실린 글입니다.
김성호 간사(대구지역)
I. 들어가며
지난 무더운 여름 운동원들과 위원들, 간사들은 쉴 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매년 있는 대학생대회와 3년마다 모이는 중고생대회를 준비하고 치루기 위해서 였다. 수련회 기간 중 또는 수련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이 보내준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자신의 삶의 변화에 대한 감사의 글들이 있었던 반면, 수련회 기간 중 불편했던 시설과 미숙한 진행들에 대한 운동원들과 교역자들, 교사들이 건전한 비판과 노골적인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간사들과 준비위원들 가운데 수련회(대형집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이는 우리SFC가 수련회에 대한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세워서 수련회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우리 자신들에 대하여 그리고 지역교회와 교역자들, 교사와 운동원들에게 보다 나은 신뢰를 주어야할 의무를 느끼게 된다.
II.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필자는 이제 범람하는 선교단체의 대형집회 가운데 SFC의 수련회가 유익할 뿐 아니라 이 시대의 청소년 사역과 청년대학부 사역을 선도해 갈 수 있는 전문 학생선교단체로서 발돋음하기를 바라며 수련회에 대한 짧은 소견을 피력하려고 한다. 'SFC의 역사는 수련회의 역사다.' 라는 말에 대하여 ㅐ다수의 SFC맨들은 동의할 것이다. 물론 1980년대 이후로 학원 사역이 구체화되면서 캠퍼스 복음화를 위한 양육 운동이 붐을 이루기도 하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겨울과 여름에 실시되는 수련회는 SFC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운동원들의 변화와 성숙, 섬김과 헌신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나무랄 데 없이 감당해 왔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는 변화와 도전의 시대이며, 이에 우리 수련회도 발빠른 대응을 준비하는 '패러다음적 전환' 이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작금의 SFC 수련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직적인 면' 과 '내용적인 면' 으로 분류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 수련회의 '조직적인 면'에서 전면적인 숙고가 요청된다.
현재의 SFC 수련회는 기획과 준비에서 전적으로 간사가 담당한다. 그러나 간사들 모두가 학원을 최소한 2-3개를 담당하고 있고 그 외 기타 행정 등의 잡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에서 수련회를 전담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거기에 대다수의 교회, 지방, 중고교 수련회가 여름과 겨울의 특정기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교회사역을 무시 할 수 없는 우리 간사들을 지치게 하고, 더욱 더 수련회의 특성화를 희미하게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당연히 이것은 수련회의 질적 수준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필자는 우선 수련회의 기획 기간을 2년으로 제안하며,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위원, 간사, 학원과 지방 위원장들, 동문(가능한 전문가 집단으로), 교회 중고등부 지도자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기획, 준비에 있어서 지역교회와 협력하여 실제적이며 효율성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련회는 특성화되어야 한다. 지금의 SFC 수련회는 연합 수련회의 특성과 의미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매년 개최되는 교회 수련회의 대체 수단 이상의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말미암아 SFC 수련회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성화를 위하여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인원에 있어서도 수련회 장소의 상황과 현장에 맞는 적절한 인원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껏 이러한 부분을 분명히 하지 못하므로 그저 수련회 참가신청을 떠밀려서(?) 받고 그로 말미암아 그 여파가 수련회의 모든 제반문제, 수용시설의 부족, 인원통제의 헛점, 일사분란하지 못한 진행 등을 유발하여 참가자들에게는 불편을, 본부측에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내용적인 면에서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수련회는 수년 전부터 그 형식과 내용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새벽 경건회와 오전 집회, 오후 특별행사와 저녁 경건회 등등, 특성이 없고 평범한 프로그램 운용으로는 자라나는 신세대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없다. 물론 SFC는 철저하게 개혁주의에 입각한 신앙과 생활 원리를 가르쳐야 하며 그것은 수련회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신세대는 '우주인' 으로 분류되어야 할 만큼, 그 특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매우 개성적이다. 개성이 없고 딱딱하며 불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들은 온몸으로 거부하며 그것을 당당하고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세대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SFC의 본질과 이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달방법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여기서 필자는 '눈높이 수련회'를 제안한다.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과 취미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잘 간파하고 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들의 욕구만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번트 회사와 결코 경쟁이 될 수 없다. 동기부여와 이유를 발견한다면 무섭게 헌신하는 신세대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 이들의 가슴 속에 왜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어야 하며,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되심을 선포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그 일을 위해 진액을 쏟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다음으로 '전문화된 수련회' 를 제안한다.
우리의 수련회는 사람을 키워내는 수련회이어야 한다. 세상의 사회 구조는 더욱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그 속도가 갈수록 맹렬해지고 있다. 그 다원화된 사회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거기서 나름대로의 사명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사람' 을 키워내는 것이 우리 수련회의 중차대한 목적이다. 수련회 준비시 기획자들은 너무 다양한 주제를 설정하고 준비하므로 집중력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수련회를 마치면 너무 많은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분명한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향후로 수련회는 어떤 주제에 대한 집중력 있는 수련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부문별 모임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과 동시에 각자의 관심과 은사에 맞게 '문화 수련회', '선교 수련회'의 이름 아래 특성화된 수련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특성화된 부문별 수련회는 내적치유, 문화사역, 워십댕싱, 찬양사역, 청소년 사역 등의 영역에서 전문화된 연구 모임이나 위원회가 존재하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그 영역에서의 전문적인 간사가 배출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지금의 수련회에서 부문별 모임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비전문적인 현직 간사나 기타 인물로 강사진을 채워서는 안될 것이다. 전문가만이 전문화된 헌신자를 키워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수련회 참가자들의 차후 관리이다. 선교한국을 예로 들자면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선교한국 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준비하고 대회 중에 각 사람의 비전과 희망하는 선교 현장을 조사하며 향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보와 양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 몇일 동안의 수련회에서 충격 요법을 가한 후 폐막과 동시에 그 다음의 책임을 참가자 각자에게 맡기고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수련회의 진정한 시작은 폐회식 이후부터가 본격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때부터가 진정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관심별, 영역별 모임의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인터넷 통신을 통한 의견 교환, 홈페이지 작성, 지역별 모임 등의 방법을 통해 명실상부 SFC의 운동이 전지역에서 다양한 영역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III. 결론을 대신하여
수련회는 그 선교단체의 얼굴이다. 각 선교단체가 나름대로의 독창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수련회를 운영한느 것을 볼 때 이것은 쉽게 증명된다. 당연히 수련회를 통해서 선교단체의 색깔들이 정직하게, 아니 거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SFC 수련회는 560년의 역사 속에서 수련회의 수많은 장점들(말씀 중심의 수련회, 부문별 운동, 선교 수련회 ...)을 이루어 냈지만 너무도 다양헌 것 때문에 결정적인 특징을 가진 수련회로 인신되지 못하고 있다. 가지 정체성이 불투명한 공동체는 다른 세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지언정 개혁해나가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필자는 SFC가 변화하는 세대를 따라 무조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다원화 된 사회인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불변하는 본질적인 진리에 더 목말라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변하지 않는 복음을 변하는 이 시대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할 수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그리스도인인 현실에 순응하고 인정 받으며 사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되심을 드러낼 하나님께 사로잡힌 바 된 신실한 개혁주의 신앙인이다. 이런 신실한 신앙인을 키워내는 것과 시대를 직시하고 비평하여 '패러다임적 전환'을 주도할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 또한 SFC의 시대적 사명이 되어야 한다. 이 일에 대해 SFC 수련회는 교회와 운동원, 간사, 동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장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을"
이것이 단순히 꿈과 이상이 아니고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사라질 이념이 아니며, 역사를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의지와 뜻임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모든 SFC맨들이 역사를 책임지고자 하는 드높은 비전을 가지고 여기에 헌실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