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정 간사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 (고후 12:10)
어느날 가까운 한 친구가 '없이 사는 것이 지겹다' 는 호소를 해왔다. 그 친구는 목회자의 자녀였는데 조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별달리 해줄 말은 없었다. 그 후로 며칠간 학원을 오가는 길에도 생각은 끊이지 않아 내 삶의 여러가지 아픔들까지 떠올리기도 하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이런 답답한 내 마음을 아셨나보다. 어느 새벽 고린도후서 11장을 묵상하던 중 바울의 자랑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도 없이 맞고, 여러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그러나 바울은 이외의 일은 고사하고 날마다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 다음날 새벽에 고린도후서 12장 10절의 말씀이 또 내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내 뺨을 적시며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감격에 젖어 찬양을 드렸다.
'거룩하신 하나님 주께 감사드리세 날 위해 이 땅에 오신 독생자 예수... 내가 약할 때 강함 주고, 가난할 때 우리를 부요케 하신 나의 주 감사 감사'
그 이후도 한동안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 시련에 대해 묵상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치 아니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그것이 참된 믿음임을 그리고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따를 때에 고난이 있지만 이것이 장차 받게 될 영원한 영광과는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구의 짧은 한 마디로 나는 앞으로 삶과 사역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즈음에 내가 담당하는 학원의 운동원들은 IMF 영향으로 또는 여러가지 가정적인 문제들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작음 모임을 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였는데, 운동원들이 폭풍우 가운데서 하나님을 의뢰하는 믿음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만나주셨듯이 운동원들 각자의 삶 가운데 소망을 남기워 주신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투명하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서 햇살이 쏟아지던 날, 운동원들과 입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 보았다. 알돌 모임을 하다가 힐끗 쳐다보았던 하늘이 너무 맑아 눈을 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동원들과 함께 말씀을 보며 삶을 나누고 기도하고 같이 느낄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구원을 받고 싶다고 말하던 둥그런 눈망울도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내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운동원들을 보면서 간사로서 내 모습을 생각하지만 늘 부끄러울 뿐이어서 내가 어쩌다가 간사를 할 담대한(?) 생각을 했었는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늘 학원을 오가지만 연약한 내 모습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모임을 인도할 때가 많았었다. 어떤 날은 하나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모임에 은혜를 주신 것이 너무도 감사해 감격에 잠겼다가 정류장을 지나쳐 늦은 밤길을 한참 되걸어온 일도 있었다.
나는 안다. 내가 이렇게 설 수 있는 것이 모두 주의 은혜임을. 그리고 서툴기만 한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랬듯이 주님께서 나를 긍휼로 세워주시고 신실하심으로 인도해 주시리라는 여전한 소망으로 내일과 학원의 현장들을 생각한다.